중고 주변기기는 잘 사면 신품의 절반 값에 좋은 물건을 얻지만, 잘못 사면 반품도 안 되는 애물단지가 됩니다. 다행히 키보드와 마우스는 고장 유형이 정해져 있어서 확인해야 할 항목도 정해져 있습니다. 거래 현장에서 5분이면 끝나는 점검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키보드 점검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모든 키가 한 번씩 정확히 입력되는가입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을 실제로 확인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습니다. 판매자가 "잘 됩니다"라고 하면 몇 글자 타이핑해 보고 넘어가는데, 문제는 항상 평소 안 쓰는 키에서 나옵니다.
가장 먼저 F1부터 F12까지를 눌러 보세요. 웹 브라우징 위주로 쓰던 키보드는 F키가 거의 새것 같지만, 반대로 특정 F키만 안 먹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다음 숫자패드 전체, 방향키 네 개, 그리고 Home, End, Page Up, Page Down, Insert, Delete를 확인합니다. 방향키는 게임에 많이 쓰여 마모가 빠른 편이고, 숫자패드는 아예 한 번도 안 쓴 물건도 많아 오히려 접점이 굳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리적인 상태도 봅니다. 키캡 마모는 자주 쓰는 자리부터 진행됩니다. WASD와 스페이스바, 엔터, 방향키의 인쇄가 지워졌거나 표면이 번들거린다면 사용 시간이 상당하다는 신호입니다. 인쇄 방식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겉면 인쇄는 몇 달이면 지워지고 이중사출 키캡은 몇 년을 써도 글자가 남아 있습니다. 스티커 잔여물이나 접착제 자국이 남아 있는 물건은 개조 이력이나 관리 상태를 의심해 볼 만합니다.
스테빌라이저 소음도 확인 대상입니다. 스페이스바, 엔터, 시프트, 백스페이스처럼 긴 키에는 흔들림을 막는 부품이 들어 있는데, 윤활이 마르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고장은 아니지만 매일 듣기에는 꽤 거슬리고, 고치려면 키캡을 뜯고 윤활을 다시 해야 합니다. 가격 협상 근거로 삼을 수 있는 항목입니다.
마지막으로 USB 케이블입니다. 케이블 뿌리 부분을 손으로 잡고 좌우로 천천히 꺾으면서 입력이 끊기는지 봅니다. 단선이 시작된 케이블은 특정 각도에서만 끊깁니다. 착탈식 케이블이면 문제가 작지만 일체형이면 수리가 번거롭습니다. 무선 제품이라면 배터리 수명과 동글 유무가 추가됩니다. 충전식은 배터리가 노후되면 사용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짧은 거래 시간에는 확인이 어려우니 판매자에게 사용 기간을 직접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채터링은 키를 한 번 눌렀는데 두 번 이상 입력되는 현상입니다. "안녕하세요"를 쳤는데 "안녕하세세요"가 나오는 그 증상이 맞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는 금속 접점이 맞붙으면서 신호를 만드는데, 접점이 오염되거나 마모되면 붙는 순간 미세하게 여러 번 떨리고 컴퓨터는 이를 여러 번의 입력으로 읽습니다.
채터링이 까다로운 이유는 간헐적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몇 번 정도라 "내가 잘못 쳤나" 하고 넘어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빈도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거래 현장에서 짧게 타이핑해 보는 것만으로는 잡히지 않습니다.
이미 채터링이 있는 물건이라면 접점 세척제로 개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접점 자체가 마모된 단계에서는 세척으로 돌아오지 않고 스위치를 교체해야 합니다. 핫스왑 기판이면 스위치를 손으로 뽑아 바꾸면 끝이지만, 납땜 기판이면 인두를 잡아야 합니다. 수리를 전제로 싸게 산다면 핫스왑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기계식 키보드 이야기를 하면 축 이름부터 나옵니다. 이름은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성격은 대체로 아래 네 가지로 나뉩니다. 어느 것이 좋다는 정답은 없고, 취향과 사용 환경의 문제입니다.
| 스위치 | 느낌 | 소음 | 어울리는 곳 |
|---|---|---|---|
| 적축 | 선형, 걸림 없이 쭉 눌림 | 조용한 편 | 사무실, 게임 |
| 갈축 | 중간에 살짝 걸리는 구분감 | 보통 | 타이핑 위주 작업 |
| 청축 | 또렷한 구분감 | 클릭음 큼 | 개인 공간 전용 |
| 흑축 | 선형이지만 무거움 | 조용한 편 | 오타가 잦은 사람 |
표에서 하나만 기억한다면 청축은 사무실에 부적합하다는 점입니다. 본인에게는 경쾌한 소리지만 옆자리에서는 하루 종일 들리는 소음입니다. 재택근무라도 화상회의가 잦다면 마이크에 그대로 들어갑니다.
반대로 흑축은 눌림 압력이 높아 손가락 힘이 약한 사람에게는 피로합니다. 대신 키 위에 손을 얹어 두어도 잘 안 눌려서 오타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직접 눌러 보는 것이 최선이고, 직거래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구매보다 유리합니다. 스위치 체험 키트를 파는 곳도 있으니 처음 입문한다면 그쪽이 실패가 적습니다.
마우스는 키보드보다 부품이 적어 점검이 빠릅니다. 순서대로 좌클릭, 우클릭, 휠 클릭, 측면 버튼을 눌러 봅니다. 측면 버튼은 뒤로 가기와 앞으로 가기에 쓰이는데, 안 쓰던 사람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파는 경우가 많으니 꼭 확인해야 합니다.
휠 스크롤은 천천히 한 칸씩 굴려 봅니다. 아래로 굴리는데 화면이 잠깐 위로 튀는 증상이 있으면 휠 인코더가 노후된 것입니다. 이 역시 초기에는 간헐적이라 여러 번 굴려 봐야 잡힙니다. 센서 끊김은 마우스를 빠르게 크게 움직였을 때 커서가 순간적으로 멈추거나 튀는지로 확인합니다. 유리나 광택 표면에서는 정상 제품도 끊기니 평범한 마우스패드나 책상 위에서 테스트하세요.
클릭 소음은 좌우를 번갈아 눌러 소리가 다른지 들어 봅니다. 한쪽만 소리가 둔탁하거나 눌리는 깊이가 다르면 그쪽 스위치가 먼저 죽어가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겉면에서는 피복 벗겨짐을 봅니다. 고무 코팅된 마우스는 시간이 지나면 코팅이 끈적하게 녹는데, 이건 사용 빈도와 무관하게 오래된 제품에서 나타나며 손에 묻어나기 시작하면 되돌릴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중고 마우스 최대의 하자이자 가장 흔한 고장입니다. 한 번 눌렀는데 두 번 클릭으로 인식되는 현상으로, 원리는 키보드 채터링과 같습니다. 클릭 스위치는 수백만 회 단위의 수명을 가진 소모품이고, 그 수명이 다하면 접점이 불안정해집니다.
이 고장이 특히 성가신 이유는 작업을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파일을 드래그하려다 놓쳐서 엉뚱한 폴더에 떨어지고, 링크를 한 번 눌렀는데 창이 두 개 뜨고, 게임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나갑니다. 그런데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끔 그러던데" 정도로 인식해 고지하지 않고 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리는 스위치 교체가 정석이며 부품값 자체는 저렴하지만 납땜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스위치를 소켓 방식으로 만들어 교체가 쉬운 모델도 있으니, 오래 쓸 생각이라면 이 부분도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폴링레이트는 마우스가 초당 몇 번 자신의 위치를 컴퓨터에 보고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단위는 Hz이고 125Hz, 500Hz, 1000Hz가 일반적입니다. 1000Hz면 1초에 1000번, 즉 1밀리초마다 위치를 알린다는 뜻입니다.
숫자가 크면 커서 움직임이 더 촘촘하게 전달되므로 반응이 매끄럽게 느껴집니다. 다만 문서 작업이나 웹 사용에서는 체감이 거의 없습니다.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빠른 조준이 필요한 게임 정도이고, 그마저도 모니터 주사율이 낮으면 의미가 줄어듭니다. 중고 구매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만큼 중요한 항목은 아닙니다.
확인 방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마우스 이동 이벤트가 들어오는 간격을 재면 대략적인 추정치는 나오지만, 브라우저 자체가 이벤트를 화면 갱신 주기에 맞춰 묶어서 전달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값보다 낮게 나오기도 합니다. 정확한 값은 전용 측정 프로그램이나 제조사 소프트웨어로 확인해야 합니다. 브라우저 측정은 "대충 이 정도구나"를 아는 용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키보드·마우스·모니터 테스트 페이지 열기키 입력, 클릭 횟수, 불량화소를 브라우저에서 바로 확인합니다택배 거래는 물건을 받은 뒤에야 하자를 알게 되고, 그때는 이미 협상 카드가 없습니다. 주변기기만큼은 직거래로 직접 테스트하는 것을 강하게 권합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들고 나가 그 자리에서 연결해 보면 대부분의 하자가 걸러집니다.
| 확인 항목 | 확인 방법 | 놓쳤을 때 |
|---|---|---|
| 전체 키 입력 | 테스트 페이지에서 모든 키 누르기 | 특정 키 사용 불가 |
| 채터링 | 같은 키 15회 이상 연타 | 글자 중복 입력 |
| 더블클릭 | 짧게 30회 이상 클릭 | 드래그·클릭 오작동 |
| 휠 스크롤 | 한 칸씩 천천히 굴리기 | 스크롤 방향 튐 |
| 케이블 단선 | 뿌리 부분 꺾어 보기 | 사용 중 연결 끊김 |
| 동글 유무 | 거래 전 사진으로 확인 | 무선 사용 불가 |
| A/S 잔여 기간 | 구매 영수증·시리얼 조회 | 수리비 전액 부담 |
제조사 A/S 잔여 기간은 생각보다 중요한 항목입니다. 제품 하단의 시리얼 번호로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보증 기간을 조회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보증이 남아 있으면 위에서 말한 더블클릭 고장 같은 문제도 무상 처리되는 경우가 있으니, 같은 값이면 보증이 남은 물건이 훨씬 낫습니다. 시리얼 확인은 도난품 회피에도 도움이 됩니다.
중고품을 받아 왔다면 쓰기 전에 한 번 청소하는 편이 좋습니다. 키캡은 키캡 리무버로 뽑아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 담가 두었다가 헹구고 완전히 말린 뒤 다시 끼웁니다. 물기가 남은 상태로 조립하면 접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반나절 정도는 여유 있게 말리세요.
본체 쪽은 다릅니다. 스위치에 액체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판을 물로 씻는 방법이 인터넷에 돌아다니지만 일반 사용자에게는 권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본체 먼지는 압축 공기나 부드러운 솔로 털어내고, 표면 오염은 물기를 꽉 짠 천으로 닦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마우스도 마찬가지로 소독용 알코올을 천에 적셔 닦되, 버튼 틈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면 됩니다.
스위치 접점이 오염된 초기 단계라면 접점 세척제로 개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접점 자체가 마모된 경우에는 세척으로 돌아오지 않고, 결국 해당 스위치를 교체해야 합니다. 핫스왑 기판이면 스위치만 뽑아 바꾸면 되지만 납땜 기판이면 인두 작업이 필요합니다. 구매 전에는 고칠 수 있는지보다 지금 증상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할 수 있습니다. 키 입력을 화면에 표시해 주는 테스트 페이지를 열고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까지 순서대로 전부 눌러 보면 됩니다. 특히 평소에 잘 쓰지 않는 F1~F12, 숫자패드, 방향키, 그리고 Print Screen이나 Scroll Lock 같은 키를 빠뜨리지 마세요. 같은 키를 열 번 정도 빠르게 연타해 보면 채터링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고 마우스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하자입니다. 클릭 스위치는 소모품이라 사용 횟수가 쌓이면 접점이 불안정해지고, 한 번 눌렀는데 두 번 입력되는 증상이 생깁니다. 문제는 초기에는 간헐적으로만 나타나서 잠깐 만져 보는 정도로는 놓치기 쉽다는 점입니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짧게 톡톡 끊어 누르는 방식으로 최소 서른 번 이상 눌러 보는 것을 권합니다.
권하지 않습니다. 전용 동글은 제품과 페어링된 형태가 많아 동글만 따로 구하기가 매우 어렵고, 구한다 해도 가격이 본체값에 근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블루투스와 동글을 모두 지원하는 모델이라면 블루투스로 쓸 수 있지만, 동글 전용 모델이라면 동글이 없는 순간 사실상 못 쓰는 물건이 됩니다. 거래 전에 동글이 포함되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일반적인 문서 작업이나 웹 사용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폴링레이트는 마우스가 초당 몇 번 자신의 위치를 컴퓨터에 보고하는지를 뜻하며 125Hz, 500Hz, 1000Hz가 흔합니다. 게임처럼 반응 속도가 중요한 용도에서만 체감 차이가 생깁니다. 브라우저에서는 대략적인 측정만 가능하고 정확한 값은 전용 프로그램으로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