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vs 법인
언제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나

"법인세는 9%인데 나는 왜 38%를 내고 있지?" 이 생각이 드는 순간이 법인 전환을 고민하게 되는 시작점입니다. 그런데 이 비교는 반쪽짜리입니다. 세율표에는 나오지 않는 항목이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세율만 비교하면 생기는 착각

개인사업자는 사업에서 번 이익에 대해 종합소득세 6~45% 누진세율을 적용받습니다. 반면 법인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구간에 9%가 적용됩니다. 숫자만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압도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익이 커졌으니 법인으로 바꾸면 세금이 4분의 1로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결정적인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은 여전히 법인의 돈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사업자의 사업소득은 세금을 내고 나면 그대로 내 돈입니다. 통장에서 빼서 생활비로 쓰든 저축을 하든 추가로 발생하는 세금이 없습니다. 법인은 다릅니다. 법인 통장의 잔액은 회사의 자산이고, 대표는 그 회사와 법적으로 별개의 인격입니다. 그 돈을 내 지갑으로 옮기려면 별도의 절차와 별도의 세금이 필요합니다.

법인세율표

법인세는 개인 종합소득세와 마찬가지로 누진 구조이지만 구간이 훨씬 넓고 세율이 낮습니다.

과세표준법인세율
2억원 이하9%
2억 ~ 200억원19%
200억 ~ 3,000억원21%
3,000억원 초과24%

대부분의 중소규모 법인은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구간에 들어갑니다. 개인 종합소득세가 과세표준이 조금만 올라도 15%, 24%, 35%로 빠르게 올라가는 것과 비교하면 구간 자체가 완만합니다. 이 완만함이 법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돈을 꺼낼 때 붙는 세금

법인에 남은 이익을 대표 개인이 사용하려면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경로 모두 세금이 따라옵니다.

급여로 가져오는 경우

대표이사도 법인의 근로자이므로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급여는 법인 입장에서 비용으로 처리되어 법인세를 줄여주지만, 받는 개인 입장에서는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근로소득세는 개인사업자의 종합소득세와 같은 6~45% 누진세율 체계를 씁니다. 여기에 4대보험 부담도 함께 발생합니다.

배당으로 가져오는 경우

법인세를 내고 남은 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 배당입니다. 배당은 급여와 달리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즉 법인세를 이미 낸 돈에 다시 세금이 붙습니다. 배당소득은 원천징수 15.4%가 적용되며, 금융소득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다른 소득과 합산됩니다.

이것이 법인 전환 검토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입니다. 법인세율 9%는 회사에 돈을 남겨둘 때의 세율이지, 내가 그 돈을 쓸 때의 세율이 아닙니다. 벌어들인 이익을 전부 생활비로 인출해야 하는 구조라면 법인 전환의 실익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법인의 장점

그럼에도 법인이 유리해지는 상황은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 급여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는 본인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사업 이익 전체가 곧 대표의 소득입니다. 법인은 대표 급여를 인건비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법인 이익과 개인 소득을 나눠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 설계 여지가 법인의 실질적인 절세 도구입니다.

낮은 세율로 유보한 뒤 재투자할 수 있다

이익을 인출하지 않고 회사에 남겨두면 그 해에는 법인세만 부담합니다. 설비를 늘리거나 인력을 채용하거나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 성장 국면의 사업이라면, 낮은 세율로 남긴 자금을 그대로 사업에 다시 투입할 수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는 이익 전액에 누진세율을 맞은 뒤 남은 돈으로 재투자해야 하므로 회전 속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대외 신용도와 투자 유치

거래처 심사, 관공서 입찰, 금융기관 여신 심사에서 법인이 요구되거나 유리하게 평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외부 투자를 받으려면 지분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주식이 존재하는 법인에서만 가능한 구조입니다.

유한책임

개인사업자는 사업상의 채무에 대해 개인 재산으로 무한책임을 집니다. 법인의 주주는 원칙적으로 출자한 금액 한도에서만 책임을 집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대표이사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이 장점이 늘 그대로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법인의 단점과 숨은 비용

설립 비용과 등기 절차

법인은 설립 등기부터 시작합니다. 자본금 준비, 정관 작성, 등기 수수료가 들고 이후에도 임원 변경, 주소 이전, 자본금 변동마다 등기가 필요합니다. 개인사업자가 사업자등록 신청 한 번으로 끝나는 것과는 부담의 결이 다릅니다.

복식부기 의무와 세무·회계 비용

법인은 규모와 무관하게 복식부기가 의무입니다. 법인세 신고, 원천세 신고, 4대보험 신고 등 정기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도 늘어납니다. 자연히 기장료와 조정료 등 세무·회계 비용이 개인사업자 시절보다 올라갑니다. 이 고정 비용은 이익이 적은 해에도 그대로 나갑니다.

자금 인출이 자유롭지 않다

개인사업자 통장에서는 필요할 때 돈을 옮겨도 아무 일이 없지만, 법인 통장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급여와 배당이라는 정해진 경로를 거쳐야 하고 각각 세금이 따라옵니다. 현금흐름을 유연하게 쓰던 습관 그대로 법인을 운영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가지급금 문제

대표가 법인 자금을 정해진 절차 없이 인출하면 가지급금으로 잡힙니다. 가지급금에는 인정이자가 붙고, 장부에 계속 남아 있으면 회사 재무 상태에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회수되지 않은 가지급금은 대표에 대한 상여로 처분되어 소득세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법인 전환 후 가장 흔하게 터지는 문제이므로 처음부터 자금 경로를 분리해두어야 합니다.

🧾 사업자 세금 계산기로 내 세금부터 확인하기현재 이익 기준으로 얼마를 내고 있는지 먼저 파악해보세요

전환을 검토할 시점

정해진 공식은 없지만, 아래 신호들이 겹칠 때 검토의 실익이 커집니다.

과세표준이 계속 커지고 있을 때

일반적으로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개인 누진세율과 법인세율의 격차가 벌어지므로 법인 검토의 실익이 생깁니다. 다만 정확한 분기점은 업종, 인출 계획, 급여 설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얼마 넘으면 무조건 법인"이라는 기준은 참고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이익을 전부 인출하지 않아도 될 때

번 돈을 회사에 남겨둘 수 있는 사업일수록 법인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이익 전액을 생활비로 가져가야 한다면 급여·배당 단계의 세금이 더해지므로 이점이 희석됩니다. 인출 계획이 법인 전환 판단의 핵심 변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성실신고확인 대상이 되었을 때

개인사업자의 수입금액이 업종별 기준을 넘으면 성실신고확인제도 대상이 됩니다. 대상이 되면 세무대리인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종합소득세 신고 기한이 6월 30일로 연장되고 별도의 확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신고 부담과 비용이 한 단계 올라가는 시점이라 자연스럽게 법인 전환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거래 구조상 법인이 요구될 때

주요 거래처가 법인 사업자와만 계약하거나, 입찰 참가 자격에 법인이 요구되거나, 외부 투자 유치가 예정되어 있다면 세금 계산과 무관하게 전환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전환 방식 개요

개인사업자를 법인으로 바꾸는 방식은 하나가 아닙니다. 실무에서 거론되는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방식개념
일반 법인 신설기존 개인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하고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방식
현물출자개인사업의 자산과 부채를 법인에 출자하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받는 방식
사업양수도법인을 먼저 설립한 뒤 개인사업의 사업 일체를 법인이 넘겨받는 방식

각 방식은 자산 이전 시 발생하는 세금, 감면 요건, 필요한 절차와 기간이 서로 다릅니다. 특히 부동산이나 기계장치처럼 규모가 큰 자산이 있는 경우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여기서는 용어만 소개하며, 실제 선택은 자산 구성과 사업 상황을 본 뒤에 정해야 합니다.

이 글은 판단의 구조를 정리한 것이지 결론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법인 전환은 세율 비교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급여 설계, 배당 계획, 자산 이전 방식, 4대보험, 향후 사업 계획이 얽힌 결정입니다. 실제 전환 여부와 방식은 반드시 세무사 상담을 거쳐 정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법인세율이 9%면 개인사업자보다 무조건 유리한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법인세는 법인이 번 돈에 대해 법인이 내는 세금이고, 그 돈은 아직 대표 개인의 돈이 아닙니다. 급여로 가져오면 근로소득세가, 배당으로 가져오면 배당소득세가 다시 붙습니다. 벌어들인 돈을 전부 생활비로 써야 하는 구조라면 세율표상의 차이가 실제 이득으로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인 통장에 있는 돈을 대표가 그냥 쓰면 안 되나요?

법인의 돈은 법인 소유이므로 대표가 임의로 인출하면 가지급금으로 처리됩니다. 가지급금은 인정이자가 붙고 회수되지 않으면 대표에 대한 상여로 처분되어 소득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인에서 돈을 가져오는 정상적인 경로는 급여와 배당, 그리고 실제 발생한 비용의 정산입니다.

성실신고확인제도는 무엇인가요?

개인사업자의 수입금액이 업종별 기준을 넘으면 성실신고확인 대상이 되는 제도입니다. 대상이 되면 세무대리인의 확인을 받아야 하고 종합소득세 신고 기한이 6월 30일로 연장되며, 확인에 따른 비용이 별도로 발생합니다. 이 시점을 법인 전환을 검토하는 계기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세표준이 얼마를 넘으면 법인으로 전환하는 게 좋나요?

일반적으로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법인 검토의 실익이 생깁니다. 다만 정확한 분기점은 업종, 이익을 얼마나 회사에 남겨둘 수 있는지, 대표 급여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숫자 하나로 답이 정해지는 문제가 아니므로 실제 결정 전에는 세무사 상담이 필요합니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세무 비용이 얼마나 늘어나나요?

법인은 복식부기가 의무이고 법인세 신고, 원천세 신고, 4대보험 관리, 등기 변경 등 처리할 업무가 개인사업자보다 많습니다. 설립 단계의 등기 비용과 자본금 준비도 필요합니다. 절세 효과가 이 고정 비용을 넘어서는 규모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